오래 일한 개발자의 야근 회고 — 진짜 생산성 높은 시간은 따로 있다

게시일: 2025년 8월 26일 · 13분 읽기

신입 때는 야근이 열정이라고 믿었다. 40 넘고 나니 야근은 실패의 증거다

21살에 처음 입사했을 때, 밤 10시까지 회사에 있는 게 자랑스러웠다. "봐, 나는 열정 있는 개발자야"라고 생각했다. 코드를 짜면서 라면을 먹고, 자리에서 3시간 자고 다시 코딩을 했다. 25년 후인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한심하다.

내가 배운 것: 지금도 야근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그건 개발자의 책임이 아니라 회사의 책임이다.

신입 시절: 야근의 낭만

1990년대 후반, 한국의 IT 업계는 야근이 문화였다. 아니,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 증명이었다. "나는 회사를 위해 야근한다" = "나는 좋은 개발자다"라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그 시절 내 하루:

당시 생산성?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생산성이 높다고 착각했다.

생산성의 진실: 시간대에 따른 차이

오래 일하며 알아낸 것: 같은 3시간의 코딩도, 시간대에 따라 생산성이 5-10배 차이난다.

내 개인적 생산성 곡선 (매우 개인차 있음):

가장 충격적인 발견: 새벽 6시의 1시간 >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3시간

왜 그럴까? 과학적 설명:

  1. Circadian Rhythm: 우리 몸은 아침에 깨어나도록 진화했다
  2. 집중력 곡선: 오전 8-11시, 오후 1-3시에 피크
  3. 수면 부채(Sleep Debt): 야근으로 쌓인 피로는 3일이 필요
  4. 호르몬: 코르티솔은 아침에 높고, 멜라토닌은 밤에 높다

크런치 타임의 신화

많은 회사가 믿는 것: "데드라인이 임박하면 야근으로 극복한다"

진실: 야근할수록 버그가 늘어난다.

내가 본 데이터 (대략적):

즉, 야근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 야근을 늘린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야근이 일어나는 진짜 이유

개발자가 야근을 하게 되는 원인들 (우선순위):

  1. 예상 부족: 일의 양을 반으로 계산한다 (가장 흔한 이유)
  2. 스코프 확장: 프로젝트 중간에 요구사항이 자꾸 늘어난다
  3. 수평적 문화: "누군가는 야근해야 데드라인을 맞춘다"
  4. 개인의 완벽주의: "더 좋은 코드를 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5. 관리자의 무능: 일정 계획을 제대로 못 했다

역설: 야근이 많은 팀일수록, 관리가 안 된 팀이다.

내가 바꾼 것들

30대 중반부터 적용한 정책들:

1. 아침 출근 (오전 7시)

오전 7-9시: 코딩 (야근 대신)
- 방해 없음
- 집중력 최고조
- 1-2시간에 반나절 일 수준의 결과

2. 오후 2시 집중 시간 보호

3. 오후 6시 퇴근 (예외 무)

4. 야근 금지 대신 주간 계획 강화

결과

35살부터 45살까지 10년간의 데이터:

가장 중요한 것: 건강이 돌아왔다. 안경으로만 치료되던 눈 피로가 사라졌다.

지금의 나의 일정

월요일 - 금요일:

주말: 거의 일 생각 안 함

같은 팀의 성장

흥미로운 점: 내가 야근을 강제하지 않으니, 팀의 다른 멤버들도 야근을 줄였다. 그리고 결과는 더 좋아졌다.

아마도 이게 가장 큰 성과일 것 같다. "야근 없이도 된다"는 증명.

결론

45살 지금 느끼는 것: 처음 출발점은 왘 이렇게 미련했을까. 20년을 야근으로 낭비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만약 지금도 야근하고 있다면,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야근인가? 회사를 위한가, 아니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가?"

내 답: 둘 다 아니다. 야근은 실패한 계획의 증거다.

iL
ian.lab

실무 개발자입니다. 현장에서 겪은 문제와 해결 과정을 기록합니다. 오류 제보는 연락처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