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마음을 들고 산에 올랐다.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걸어야 할 것 같았다. 개발자라면 알 거다. 뭔가 꼬였을 때 자리에 앉아서 해결하려고 하면 더 꼬이는 경험. 화면에서 눈을 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날은 화면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감각은 같았다.산에서 나는 길을 봤다. 걸으면서 자꾸 길이 눈에 들어왔다.단단하게 다져진 길이 있다. 수천 번 수만 번 사람들이 밟아서 굳어버린 길.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아무리 힘껏 디뎌도 흔적이 없다. 발바닥에 전달되는 감촉은 확실하다. 이건 단단하다. 이 길은 안전하다.흙길이 있다. 발자국이 남는다. 방향도 다 다르고 깊이도 다 다르다. 누군가는 가볍게 스쳤고 누군가는 깊이 박혔다. 어떤 자리는 내가 처음 발을 디디는 곳이다. 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