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6시간 만에 국회가 해제했고, 대통령은 탄핵됐고, 파면됐고, 수감됐다. 그로부터 16개월이 지난 2026년 4월 7일, 전 국무총리 한덕수가 법정에서 울먹였다.
"막으려 했는데 힘이 닿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결심공판이었다.
한덕수 전 총리는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잠시 침묵했다.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만류하지 못한 데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더 많은 국무위원을 불러서 비상계엄 선포 시간을 미루고 설득하려 했다"고 했다.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어떻게든 대통령의 뜻을 돌리고자 노력하였으나 도저히 힘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울먹였다.
"국민께 정말 사죄하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남은 일생 큰 멍에를 안고 자책하며 살아나가겠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 CCTV 영상이 핵심 근거였다. 1심 선고는 징역 23년이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였다.
항소심 특검은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계엄은 끝났는데
비상계엄 자체는 6시간 만에 끝났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담을 넘었고, 의원들이 담벼락을 넘어 들어왔고, 표결이 이뤄졌고, 계엄군이 철수했다. 대통령은 탄핵됐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금은 2026년 4월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수감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전 국무총리는 징역 23년 1심 선고를 받고 항소심 법정에 서 있다. 계엄에 동원됐던 지휘관들, 체포조를 운용했던 방첩사 간부들이 하나씩 기소되고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계엄은 6시간이었다.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
한덕수 전 총리는 재판 과정 내내 "충격으로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계엄 선포 당일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계엄에 반대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CTV는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법정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
재판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변호인단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백 명의 수거 대상 명단을 작성하고, 야구방망이와 케이블타이를 준비하고, 비밀 구금시설을 마련했다는 진술들이 법정에서 오가는 동안, 일부 가담 혐의자들은 여전히 불구속 상태다.
국회는 그날 시민들이 달려와서 지켰다. 의원들이 담벼락을 넘고, 보좌진이 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사람들이 새벽에 국회 앞으로 모였다.
그 사람들의 재판은 없다. 그날 밤 무서웠던 기억만 남았다.
16개월이 지났다.
전 국무총리는 법정에서 울먹이며 막으려 했다고 했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일상은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계엄은 끝났다. 계엄이 남긴 것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것저것 >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맥북이 갑자기 가성비가 된 이유, 개발 머신으로 맥미니 사는 게 이제 진짜 이유가 생겼다 (0) | 2026.03.22 |
|---|---|
| PSG에 2-8, 레알에 1-5… 돈 제일 많은 프리미어리그가 왜 이러냐 (0) | 2026.03.18 |
| 오늘 새벽 4시, 대한민국이 금메달 땄다 - 밀라노 올림픽 쇼트트랙 (0) | 2026.02.19 |
| 오늘 윤석열 무기징역 받은 날, 대한민국 어디까지 왔나 (0) | 2026.02.19 |
| 사형 구형받고 무기징역 나온 윤석열, 검찰은 왜 사형을 못 받아냈나 (0) | 2026.02.19 |